작년 봄에 처음 러닝을 시작하면서 그냥 집에 있던 일반 면양말을 신고 뛰었다가 발뒤꿈치에 물집이 잡혀서 며칠을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변 러너 선배한테 얘기했더니 양말부터 제대로 챙기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양말 하나가 뭐 그리 차이 날까 싶었는데, 러닝 전용 양말을 신어보니 발의 피로도가 확 달라지는 걸 체감했습니다. 그 뒤로 양말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종류도 기능도 생각보다 다양해서 정리해봤습니다.
먼저 양말의 길이부터 정리해볼게요. 가장 짧은 건 노쇼(no-show) 또는 페이크삭스라고 부르는 타입인데, 신발 밖으로 거의 안 보이는 초미니 양말이에요. 그 다음이 발목양말(앵클삭스)로 복사뼈 근처까지 오는 길이이고, 크루삭스는 종아리 중간 정도, 니하이삭스는 무릎 아래까지 올라옵니다. 러닝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앵클삭스와 크루삭스 두 가지예요.
발목양말은 여름철에 시원하고 가벼워서 좋지만, 뒤꿈치가 완전히 덮이지 않는 디자인이면 러닝화 뒷부분에 스쳐서 물집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러닝용 발목양말을 고르실 때는 힐탭(heel tab)이라고 해서 뒤꿈치 위쪽에 작은 돌기가 달린 제품을 선택하시는 게 좋아요. 이게 뒤꿈치 보호와 양말 흘러내림 방지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줍니다.
반면 런닝양말(러닝 전용 크루삭스)은 발목과 종아리 아래쪽을 감싸는 길이라서 압박 효과가 있어요. 장거리를 뛸 때 종아리 근육의 피로를 줄여주고, 차가운 계절에는 보온 역할도 해줍니다. 트레일 러닝처럼 풀숲을 지나는 환경에서는 긴 양말이 풀독이나 가시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기도 하고요. 요즘엔 컴프레션 기능이 들어간 러닝양말도 많이 나와서, 정맥 순환을 도와 피로 회복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소재 차이도 꽤 중요합니다. 일반 면양말은 촉감이 부드럽고 일상생활에는 편하지만, 땀을 흡수한 뒤 잘 마르지 않아서 러닝 중에는 마찰과 물집의 주원인이 돼요. 러닝 전용으로는 폴리에스터, 나일론, 폴리프로필렌 같은 합성섬유가 적합한데, 흡습속건 기능이 뛰어나고 통기성이 좋아서 땀을 흘려도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해줍니다. 메리노울은 겨울철 장거리에 특히 좋은데, 체온 조절 능력이 탁월하고 냄새 억제 효과까지 있습니다.
쿠셔닝 정도도 살펴볼 부분이에요. 발바닥 부위의 패딩 두께에 따라 라이트, 미디엄, 헤비 쿠션으로 나뉘는데요. 지면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으시면 라이트 쿠션, 장거리나 마라톤을 준비하신다면 미디엄 쿠션 이상이 무난합니다. 너무 두꺼우면 러닝화와 발 사이 공간이 부족해져서 오히려 불편할 수 있으니까, 러닝화 사이즈와 양말 두께를 함께 고려하셔야 해요.
봉제 방식도 꼼꼼히 보세요. 양말의 솔기 부분, 특히 발가락 쪽 시접이 두꺼우면 러닝 중에 그 부위에 계속 마찰이 생겨서 물집이 잡힐 수 있습니다. 요즘 러닝 전용 양말은 대부분 무봉제 또는 플랫 심 처리가 되어있어서 이런 문제를 줄여주는데요, 구매 전에 제품 설명에 심리스(seamless), 링토(link toe) 같은 표기가 있는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좌우 구분이 있는 L/R 표기 양말도 있는데, 처음엔 왜 나눴나 싶지만 실제로 신어보면 발모양에 딱 맞게 잘 잡혀주는 느낌이 있어요. 가격은 일반 스포츠 양말이 한 켤레 3천원부터, 중급 러닝양말이 8천-15000원, 프리미엄 컴프레션 양말은 2-4만원대까지 올라갑니다. 러닝 거리가 늘고 본격적으로 뛸수록 양말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 처음엔 저렴한 걸로 시작하시다가 점차 기능성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시는 걸 추천합니다.